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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 안도현 시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 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다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감상 연탄은 불이 붙으면 그 한몸 불살라. 방바닥을 따듯하게 만들고, 따듯한 밥과 국을 만들고 한덩이 재가 되어버린다. 삶이란 이런것이 아닐까. 소중한 사.. 2021. 10. 20.
빈 집 - 기형도 시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는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잡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감상 사랑을 잃었다. 함께 웃고 속삭이던 애틋했던 밤들은 그렇게 짧았다. 그렇게 너와 나를 흔들고 새기던 사랑의 열망은 끝나버렸다. 나는 이제 살 사람없는 빈 집같은 내 사랑에 자물쇠를 잠구고 떠나려 한다. 2021. 10. 20.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감상 살다보면 인생을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을 것이다. 흔들리자. 충분히 흔들리자.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다시 .. 2021. 10. 20.
거울 - 이상 시 거울 -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업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알아듣지 못하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외손잡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밖에없으니퍽섭섭하오 감상 가끔 나도 이해되지 않는 나의 모습이 있다. 거울을 보고 있자니 그 속에 내가 그녀석을 닮았다. 귀는 있으나 내 말을 듣지 못하고, 손이 있으나 내가 악수를 청하면 같은 손을 내밀어 화해 할 수도 없는 답답한 내가 있다. 그녀석은 내가 거울을 보지 .. 202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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