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 안도현 시

안도현 시인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 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다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삶이란 나 아닌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감상

연탄은 불이 붙으면 그 한몸 불살라. 방바닥을 따듯하게 만들고, 따듯한 밥과 국을 만들고 한덩이 재가 되어버린다. 삶이란 이런것이 아닐까. 소중한 사람에게 이 한몸 불살라 그 사람의 미소와 행복을 보며 생을 마감하는것. 나는 누군가에게 뜨겁게 불타는 연탄이 된적이 있는가? 나는 아직 이한몸 불살라 따듯함을 전할 사람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따듯함은 항상 받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낡은 몸을 불살라 나를 따듯하게 해주셨다. 나도 더욱더 크게 불타올라 내 사람. 그리고 부모님까지 따듯하게 해 줄 연탄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