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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시

by 담수쓰다 2021.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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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시인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가자 고통이여 살맞대고 가자

 

감상

살다보면 인생을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을 것이다. 흔들리자. 충분히 흔들리자.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다시 일어 설 수 있다. 세상은 넓고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고통을 끌어안고 일어서자. 일어서기로 마음먹으면 어떤 변명이 소용이 있겠는가. 죽도록 힘들어도, 끝내 일어나 고통의 땅을 달리자. 영원한 슬픔은 없고 영원한 고통도 없다. 힘든 상황이라도 일어서자 손 내밀어주는이 하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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