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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시10

시인의 사랑 - 진은영 시 시인의 사랑 - 진은영 시 만일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너는 참 좋을 텐데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너를 위해 시를 써줄 텐데 너는 집에 도착할 텐데 그리하여 네가 발을 씻고 머리와 발가락으로 차가운 두 벽에 닿은 채 잠이 든다면 젖은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잠이 든다면 너의 꿈속으로 사랑에 불타는 중인 드넓은 성채를 보낼텐데 오월의 사과나무꽃 핀 숲, 그 가지들의 겨드랑이를 흔드는 연한 바람을 초콜릿과 박하의 부드러운 망치와 우체통 기차와 처음 본 시골길을 줄 텐데 갓 뜯은 술병과 팔랑거리는 흰 날개와 몸의 영원한 피크닉을 그 모든 순간을, 모든 사물이 담긴 한 줄의 시를 써줄 텐데 차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일생이 흘러가는 시를 줄 텐데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얼마나! 너는 좋을 텐데 그녀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2023. 3. 31.
눈꽃 - 김준 시 눈꽃 - 김준 시 당신은 어느 날 눈처럼 내렸다 피할 수 없었으므로 나는 속절없이 맞았다 감상 사랑은 날씨처럼 내 마음대로 조정 가능한 것이 아니다. 어느날 그사람이 나에게 내렸고, 나는 속절 없이 당신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저 포근한 함박눈이기를 바란다. 2022. 8. 11.
어쩌다 나는 - 류근 시 어쩌다 나는 - 류근 시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안에서 당신 이름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감상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감정은 불가항력이다. 내가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사랑은 행복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사랑은 죽을만치 고통스럽다. 시인은 어쩌다 사랑의 불가항력에 휩쓸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고, 함.. 2022. 8. 11.
그리운 이름 - 배홍배 시 그리운 이름 - 배홍배 흔들리는 야간 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 내 사소한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더듬거리며 차에서 내리는 나를 일격에 넘어뜨리는 가로등, 일어나지마라 쓰러진 몸뚱이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너의 아픔마저 익사 할 때 그리하여 도시의 휘황한 불빛 안이 너의 무덤속일 때 싸늘한 묘비로 일어서라 그러나 잊지 마라 묘비명으로 새길 그리운 이름은 감상 1년을 만났건 10년을 만났건 연인이 헤어지는 순간 그들이 함께한 모든 시간이 의미없어 진다. 그 사람과 함께할 미래는 없는 것이다. 시인의 사랑은 야간버스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지우며 끝난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과의 관계가 끝난것이다. 슬픔에 정신없이 버스에서 내리다 넘어져버렸다. 시인이.. 202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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