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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나는 - 류근 시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안에서 당신 이름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감상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감정은 불가항력이다. 내가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사랑은 행복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사랑은 죽을만치 고통스럽다.
시인은 어쩌다 사랑의 불가항력에 휩쓸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고, 함께할 수 없는 외로운 사랑을 하고있다.
밝은 날에도 눈물이나고, 바람에도 눈물이 마르지 않고, 슬픔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씻으며 그 사람 없이는 의미없는 삶을 소멸해버리고 싶어한다.
사랑은 똑같은 이름으로 우리 인생에 극과 극의 행복과 고통을 준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 사랑의 끝이 행복일지, 고통일지 아무도 모른다. 당사자가 직접 열어봐야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통에 대한 두려움에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그만한 고통을 감수하고도 뛰어들만 한 가치이고, 그 결과가 어떻든 스스로 감내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고통후에 사랑에도 발전과 성숙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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