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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그리운 이름 - 배홍배 시

by 담수쓰다 202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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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홍배 시인

 

그리운 이름 - 배홍배

 

 

흔들리는 야간 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

내 사소한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더듬거리며 차에서 내리는 나를

일격에 넘어뜨리는 가로등,

일어나지마라

쓰러진 몸뚱이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너의 아픔마저 익사 할 때

그리하여

도시의 휘황한 불빛 안이

너의 무덤속일 때

싸늘한 묘비로 일어서라

그러나 잊지 마라

묘비명으로 새길 그리운 이름은

 

 

내 사소한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감상

 

1년을 만났건 10년을 만났건 연인이 헤어지는 순간 그들이 함께한 모든 시간이 의미없어 진다. 그 사람과 함께할 미래는 없는 것이다. 시인의 사랑은 야간버스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지우며 끝난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과의 관계가 끝난것이다. 슬픔에 정신없이 버스에서 내리다 넘어져버렸다. 시인이 너라고 부르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일까? 아니면 사랑했던 상대방일까? 슬픔이 익사하고 도시가 무덤이 될 때에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만은 기억하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걸까? 아니면 상대방에게 자신의 이름을 잊지 말라고 하는걸까? 독자들은 어떤 쪽으로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이 느껴진다.  

 

다시보니 제목이 그리운 이름이다.

 

자기 자신에게 사랑하던 사람의 그리운 이름을 잊지 말라고 각인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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