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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시4

시인의 사랑 - 진은영 시 시인의 사랑 - 진은영 시 만일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너는 참 좋을 텐데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너를 위해 시를 써줄 텐데 너는 집에 도착할 텐데 그리하여 네가 발을 씻고 머리와 발가락으로 차가운 두 벽에 닿은 채 잠이 든다면 젖은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잠이 든다면 너의 꿈속으로 사랑에 불타는 중인 드넓은 성채를 보낼텐데 오월의 사과나무꽃 핀 숲, 그 가지들의 겨드랑이를 흔드는 연한 바람을 초콜릿과 박하의 부드러운 망치와 우체통 기차와 처음 본 시골길을 줄 텐데 갓 뜯은 술병과 팔랑거리는 흰 날개와 몸의 영원한 피크닉을 그 모든 순간을, 모든 사물이 담긴 한 줄의 시를 써줄 텐데 차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일생이 흘러가는 시를 줄 텐데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얼마나! 너는 좋을 텐데 그녀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2023. 3. 31.
어쩌다 나는 - 류근 시 어쩌다 나는 - 류근 시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안에서 당신 이름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감상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감정은 불가항력이다. 내가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사랑은 행복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사랑은 죽을만치 고통스럽다. 시인은 어쩌다 사랑의 불가항력에 휩쓸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고, 함.. 2022. 8. 11.
내가 너를 - 나태주 시 내가 너를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감상 짝사랑을 해본 사람은 안다. 이 감정이 얼마나 외로운지. 미숙한 짝사랑은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이 속에서 부풀어 올라 괴롭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만큼 특별한 사람이 아닐 경우 마음이 정말 아프다. 하지만 이 시에서 나의 고통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나의 그리움과 어쩔 수 없는 마음은 모두 나의 것이고 내가 감내 할 일이다.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야속하다 생각지도 않고 다른걸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나는 너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감정이며.. 2021. 11. 11.
쓰다 - 이뜬(자작시) 쓰다 - 이뜬 공책에 당신 이름 쓰다 조심스레 다시 지워버렸습니다. 보고싶다고 이름 석자 쉬이 써버리면 그만큼 당신도 쉬워질까봐. 두꺼운 연필 정성스레 깎아 또박또박 한번 써놓고 정 보고싶을 때 슬쩍 곁눈질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꾹꾹 눌러 쓴 그 이름이 유난히 예뻐 왠지 서글퍼졌습니다. 내마음 짝사랑은 쓰다. 보고싶은 마음에 공책에 가지런히 이름을 적어본다. 한번 두번 적다 보니 공부 필기보다 그 사람 이름이 더 많아졌다. 내 마음에 그 사람이 가득 차 넘쳐 공책에 흘렀나보다. 나한테 소중한 사람 보고싶다고 이름 석자 이렇게 쉽게 써버리면 그만큼 그 사람도 가벼워질까봐 다 지워버렸다. 그리고 딱 한번만 꾹꾹 눌러 정성스럽게 써놓고 보고싶을 때 한번씩 곁눈질해 보기로 했다. 나는 그사람 이름을 쓰다 그.. 202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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