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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의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감상
나는 이 시가 참 마음에 와 닿는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어릴 때 잔병치레를 자주했다. 어느날 열이 나서 아파 누워있는데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셔서 내 이마에 손을 얹고 열이 있는지 확인하고 나를 들어 품에 안았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안기며 느껴졌던 아버지의 회사 작업복에 스민 시원한 기운, 아버지의 냄새가 나에겐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도 지금 서른이 훌쩍넘은 32살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지금 나는 자식도 없고 결혼 계획도 없지만, 이 시를 읽으며 아버지가 그때 어떤 마음으로 내 이마를 짚으셨는지, 나를 안아드셨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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