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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새와 나무 - 류시화 시

by 담수쓰다 2022.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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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

 

새와 나무 - 류시화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 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새와 나무

 

 

감상

가만히 서 있는 나무가 흔들린다. 새가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잘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흔들리는 것은 너가 나에게 왔기 때문이다.

평온함 속에 예상치 못한 사람이 다가오면 나는 정말 많이 흔들리는 편이다.

사람의 좋은면을 보려고 노력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금사빠다. 금방 사람이 좋아진다.

20대 때는, 일상에서 좋은 사람이 다가오면 그렇게 흔들렸다.

카더가든의 나무라는 노래 가사에서 나오듯 가히 춤을 추는 나무였을 것이다.

요즘에는 그런 설레임도, 새로운 사람이 다가와도 나는 흔들리지가 않는다.

나이가 든다는건 무뎌지는 것인가.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새가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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