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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 마종기 시 전화 - 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의 방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에서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감상 읽어내려가다 처음에는 시인이 전화를 하는 의도가 당신이 집에 들어갈 때 텅 빈 집에 반기는 이 없어 적적할까봐 그 사람을 위해 전화 소리로라도 방을 채워 놓으려는 의도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좀 변태같은 의도였구나. 전화 소리가 남아 .. 2021. 10. 29.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감상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달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달이 크고 선명하게 뜨면 사진을 찍어 좋아하던 친구에게 보내주곤 했다. 작품 속 인물에게 전화를 한 사람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싶었을 것이다. 달이 예쁘게 떴는데 좋아하는 사람도 같이 봤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달이 밝.. 2021. 10. 28.
선운사에서 - 최영미 시 선운사에서 - 최영미 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감상 강한 생명력으로 꽃은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내 그 아름다움이 무색하도록 져버린다. 온 몸을 다해 사랑하던 우리의 관계도 아름답던 날들이 무색하도록 끝나버렸다. 꽃이 한순간에 지는 것처럼. 나도 그대를 금방 잊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멀어지며 떠나가는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건 영영 한참이다. 2021. 10. 27.
그 여자 - 윤동주 시 그 여자 - 윤동주 함께 핀 꽃에 처음 익은 능금은 먼저 떨어졌습니다. 오늘도 가을바람은 그냥 붑니다. 길가에 떨어진 붉은 능금은 지나던 손님이 집어갔습니다. 감상 제 상상력과 감으로 해석을 해보자면, 함께 핀 꽃 처음 익은 능금은 윤동주 시인과 어릴적 부터 함께 커오며 좋아했던 여성이 아닐까. 혼기가 찬 어릴적 첫사랑은 일면식 없는 어떤 사람이 혼례를 치뤄 데려가버렸나봅니다. 어린시절 함께 추억을 쌓으며 컸던 첫사랑을 잃은 마음이 좋을리가 없습니다. 축하해주고 싶지만, 그냥.. 마음이 아립니다. 그냥 부는 가을 바람에도 시인의 마음은 아프듯이. 2021.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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