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114 소금 인형 - 류시화 시 소금 인형 - 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 간 소금 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 든 나는 소금 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감상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은 내가 직접 그 사람에게 뛰어들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시를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내보는 수 밖에 없다. 나의 남은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의 깊이를 알아내는 일에 두려움이 있으면 안되겠지. 기꺼히 뛰어들어 당신에게 녹아보겠다. 2021. 10. 29. 전화 - 마종기 시 전화 - 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의 방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에서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감상 읽어내려가다 처음에는 시인이 전화를 하는 의도가 당신이 집에 들어갈 때 텅 빈 집에 반기는 이 없어 적적할까봐 그 사람을 위해 전화 소리로라도 방을 채워 놓으려는 의도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좀 변태같은 의도였구나. 전화 소리가 남아 .. 2021. 10. 29.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감상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달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달이 크고 선명하게 뜨면 사진을 찍어 좋아하던 친구에게 보내주곤 했다. 작품 속 인물에게 전화를 한 사람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싶었을 것이다. 달이 예쁘게 떴는데 좋아하는 사람도 같이 봤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달이 밝.. 2021. 10. 28. 선운사에서 - 최영미 시 선운사에서 - 최영미 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감상 강한 생명력으로 꽃은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내 그 아름다움이 무색하도록 져버린다. 온 몸을 다해 사랑하던 우리의 관계도 아름답던 날들이 무색하도록 끝나버렸다. 꽃이 한순간에 지는 것처럼. 나도 그대를 금방 잊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멀어지며 떠나가는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건 영영 한참이다. 2021. 10. 27.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2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