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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전화 - 마종기 시

by 담수쓰다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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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시인

 

전화 - 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의 방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에서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감상

 

 읽어내려가다 처음에는 시인이 전화를 하는 의도가 당신이 집에 들어갈 때 텅 빈 집에 반기는 이 없어 적적할까봐 그 사람을 위해 전화 소리로라도 방을 채워 놓으려는 의도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좀 변태같은 의도였구나. 전화 소리가 남아 그 사람을 쓰다듬고 지켜보기 위해 걸었다는데, 만약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이건 좀 소름끼치는 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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