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선운사에서 - 최영미 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감상
강한 생명력으로 꽃은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내 그 아름다움이 무색하도록 져버린다. 온 몸을 다해 사랑하던 우리의 관계도 아름답던 날들이 무색하도록 끝나버렸다. 꽃이 한순간에 지는 것처럼. 나도 그대를 금방 잊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멀어지며 떠나가는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건 영영 한참이다.
반응형
'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화 - 마종기 시 (0) | 2021.10.29 |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시 (0) | 2021.10.28 |
그 여자 - 윤동주 시 (0) | 2021.10.25 |
밤 - 윤동주 시 (0) | 2021.10.25 |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시 (0) | 2021.10.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