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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선운사에서 - 최영미 시

by 담수쓰다 202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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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선운사에서 - 최영미 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감상

 

강한 생명력으로 꽃은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내 그 아름다움이 무색하도록 져버린다. 온 몸을 다해 사랑하던 우리의 관계도 아름답던 날들이 무색하도록 끝나버렸다. 꽃이 한순간에 지는 것처럼. 나도 그대를 금방 잊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멀어지며 떠나가는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건 영영 한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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