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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 이상 시 거울 -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업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알아듣지 못하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외손잡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밖에없으니퍽섭섭하오 감상 가끔 나도 이해되지 않는 나의 모습이 있다. 거울을 보고 있자니 그 속에 내가 그녀석을 닮았다. 귀는 있으나 내 말을 듣지 못하고, 손이 있으나 내가 악수를 청하면 같은 손을 내밀어 화해 할 수도 없는 답답한 내가 있다. 그녀석은 내가 거울을 보지 .. 2021. 10. 19.
호수 - 정지용 시 호수 - 정지용 시 얼굴 하나야 손가락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감상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하면 세상 날아가듯이 행복하겠지만, 상대방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을 때도 있고 때로는 좋아하는 사람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얼굴은 안보지만, 그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눈을 뜨면 그 사람 생각 밖에 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잠이라도 자버려야하나. 하지만 꿈에서도 그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2021. 10. 13.
꽃 - 김춘수 시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감상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나의 소중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내가 함께 하지 못했던 그 오랜 기간. 한 인생의 깊이를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도 이때까지 내가 이름을 불러 줄 사람을 온 힘을 다해 찾아왔지만 .. 2021. 10. 11.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감상 이 시는 윤동주 시인의 일본 유학시절의 감정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육첩방에 홀로 앉.. 2021.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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