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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꽃 - 김춘수 시

by 담수쓰다 202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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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감상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나의 소중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내가 함께 하지 못했던 그 오랜 기간. 한 인생의 깊이를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도 이때까지 내가 이름을 불러 줄 사람을 온 힘을 다해 찾아왔지만 아직 내 이름을 부를 이도, 내가 부를 이름도 찾지 못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사람이고 싶고 누군가를 의미있는 사람으로 애틋하게 아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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