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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초혼 - 김소월 시

by 담수쓰다 202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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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소월

 

 

초혼 -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그리움

 

감상

초혼은 죽은 영혼을 부른다는 뜻이다. 사랑하는 이는 죽어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리움과 슬픔에 아무리 이름을 외쳐봐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 세상을 떠난이에게는 더 이상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전하지 못한다. 삶과 죽음의 세계는 단절되어 아무리 그 사람을 부르고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도 그에게 내 목소리는 닿지 못한다. 하지만, 이 그리움과 슬픔은 너무 커서 속으로 삼킬수도 없다. 아무리 불러도 소용 없다는걸 알면서도 혹시 내 근처에 아직 머물고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렇게 가슴을 붙잡고 불러보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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