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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님의 침묵 - 한용운 시

by 담수쓰다 202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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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인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려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사랑

 

감상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것은 죽도록 가슴아픈 일이다.

항상 함께하고 나와 오랜 시간을 공유한 사람. 그 사람이 없는 삶은 상상 할 수 없다.

함께 오래오래 같이 하자 했던 맹세는 현실의 참담함 앞에 실처럼 끊어져버렸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 추억은 시시각각 머릿속에서 폭풍치는데 그 대상은 이제 과거에만 존재한다.

세상은 유한하기에 언젠가 이런 일이 올줄은 알았지만, 알고 있는것과 현실로 마주하는것은 천지차이다.

슬픔이 가시질 않는다. 그로 인해 사랑을 깨우쳤고, 우리의 사랑은 이걸로 끝이 아님을 믿는다.

만날 때 떠날 것을 알았던 것 처럼 헤어질 때 또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

사랑하는 그 사람은 갔지만, 나는 이 사랑을 놓치 않고 다음 생에서 우리의 사랑이 다시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님은 침묵 할 수 밖에 없지만, 나는 그가 듣도록 계속 사랑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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