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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은수저 - 김광균 시

by 담수쓰다 202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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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균 시인

 

은수저 - 김광균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밥상에 애기가 없다.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밤중에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서 애기가 웃는다.

애기는 방 속을 들여다본다.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 마저 아른거린다.

 

 

아버지의 아기를 향한 부정

 

감상

 항상 누군가를 떠나 보내는건 어렵지만, 아기를 떠나 보내는 부모의 마음만큼 찢어지는 아픔이 있겠나. 말도 잘 못하는 여린것이 떠났다. 밥을 먹는데 은수저 짤그랑 거리며 밥풀을 튀기던 아기가 없다. 아이가 쓰던 은수저는 보기만 해도 가슴아파 눈물이 고인다. 바람이 불어 밖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 혹시 우리 아기가 아직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건가. 옥구슬 굴러가는듯한 웃음소리도 들리는것 같다. 아기가 들어오고 싶어할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을 열었다 다시 닫았다.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보내자. 보내자. 보내주자. 하지만 손가락만한 발바닥 신발도 신지않고 그 먼 길을 어떻게 보내는가. 아기는 무서워 울면서 혼자 그 먼길을 가야할텐데, 불러서 내가 함께가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시시각각 내 모든 생각은 아기로 가득차있다. 이제 이미 없는 아이의 그림자 마저 보이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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