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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여승 - 백석 시

by 담수쓰다 202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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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 - 백석

 

시인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전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내세에라도 만나기를

 

감상

 

요즘 살기 힘들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힘들었다. 일하러 간 남편은 십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가난한 살림에 딸아이는 칭얼댄다. 

줄 수 있는게 없어 가슴 아파 그만하라고 아무죄 없는 딸아이를 때리며 울었다. 그렇게 살다보니 약해져만 가던 딸아이는 끝내 살지 못하였고 좋아하던 도라지 꽃 피는 돌무덤에 묻었다. 세상을 살아갈 마음을 잃었다. 살아서 무얼하나 그냥 죽어버리고싶지만, 죽지못했다. 머리를 깎고 세상을 등졌다. 죽을 때 까지 마음을 닦고 닦다보면 내세에라도 내 남편 우리 아이 다시 만나 행복 할 날이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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