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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김남조 시
그대만큼 사랑스런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빛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감상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사랑하는, 나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
우리라는 단 둘의 테두리 안에서 나를 외롭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 없이 혼자 외로운 것은 차라리 견디기 편하다.
우리라는 단 둘 밖에 없는 테두리에서 나를 외롭게 만드는 사랑은 애달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진실만을 말하고 싶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꾸밈 없는 모습만을 보여줬을 것이다.
나의 모든 것들을 꺼내 보여주니, 결국 울고 있는 내가 남았다.
나는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쓰면 쓸 수록 그 사람이 생각나고, 어떤 반응을 할지 머릿 속에 그려진다.
그렇기에 이 편지는 부치지 않는다.
사랑의 절반은 책임감이다. 상대가 외롭다는 것은 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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