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113 더딘 사랑 - 이정록 시 더딘 사랑 -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말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감상 시간은 상대적이다. 나에게 사랑이 더딘것에 조바심을 내지 말자.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세상은 오랜시간에 풍화되어 모래무덤이 되어있을 것이다. 각자의 시간에 맞는 사랑이 찾아 올 것이다. 지나간 사랑을 짧은 순간이라 하지말자. 달은 윙크하는데 한달이나 걸린다. 하물며 우리가 그 어렵다던 사랑을 빚은 날들은 얼마나 길었을까. 2021. 11. 30. 첫사랑 - 정세훈 시 첫사랑 - 정세훈 녀석이 나보다 부잣집 아들이었다는 것도 학업을 많이 쌓았다는 것도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도 그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았다 다만, 녀석이 내 끝내 좋아한다는 그 말 한마디 전해지 못했던 그녀와 한 쌍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적 난 그만 녀석이 참으로 부러워 섦게 울어버렸다. 감상 첫사랑은 처음이기에 미숙하여 이루어지기도 힘들고 더욱 가슴 아프다. 나도 얼마전 SNS로 첫사랑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내가 좋아했던 그 친구는 그때와 똑같이 예쁜 미소를 지으며 하얀 드레스를 입고 다른 사람 옆에 서서 영원을 약속했다. 그 친구 옆에 서 있는 사람은 그 친구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서 그사람에 대한 부러움을 중화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나 자신에게 못났다 정말.. 2021. 11. 18. 사람의 일 - 천양희 시 사람의 일 - 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감상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시에서 말했듯이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 있지만 물리적으로 해를 입히고 싶을 만큼 싫은 사람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 2021. 11. 18. 나이 - 김재진 시 나이 - 김재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용서할 일보다 용서받을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보다 볼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다리고 있던 슬픔을 순서대로 만나는 것이다. 세월은 말을 타고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침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도 이별하게 되는 것이다. 감상 나는 항상 불안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신입으로 지원하기 힘든 나이가 되었다. 타지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내려오니 어느새 백발을 하고 있는 어머니와 머리숱이 횡해지신 아버지를 보면 부모님과 내가 함께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확정된 슬픔에 천천히 다가가는듯 하다.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고 있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 2021. 11. 17.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2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