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113 밥 걱정 - 마경덕 시 밥 걱정 - 마경덕 묵직한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면 우리집 건너 건너 반지하방 외눈박이 할머니 주워온 폐지를 접으며 응, 이제 일나가는구먼 잘 댕겨와유 골목 어귀 어물전 맞은편 전봇대에 기대앉은 좌판 노인도 도라지를 까다 말고 아는 체를 한다 뭐 하러 댕기시오 공장에 일 나가는 거요? 단골 신발가게 아줌마도 지나가는 나에게 말을 붙인다 밥벌이는 좀 되나요? 24시 순댓국집에 밤일 나가는 아래층 다솜이 엄마도 내가 시인이라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시는 써서 뭐한대요 요즘 누가 그런 걸 읽어요? 다들 살기 어렵다고 내 밥을 걱정해 주는 착한 이웃들이다 감상 밥 벌이는 정말 어렵다. 누구나 가족들 입에 넣을 밥을 벌기 위해 박스를 줍고, 공장에 일을 나가고, 가게를 운영하고, 일을 한다. 시인에게는 시를 쓰는.. 2022. 2. 7.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것을 - 정현종 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 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 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 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필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감상 사람은 항상 가진 것에 대한 가치를 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그 사람이 더 없이 좋은 사람이란것을 깨닫고, 힘들었던 순간도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좋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현재의 가진 것들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 그러므로 훗날 놓치고 후회하기 전에 더 열심히 파고들고.. 2022. 2. 6. 낮은 곳으로 - 이정하 시 낮은 곳으로 -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 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감상 인간관계란 참 어렵다. 연인관계, 친구관계.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을 나의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참 힘들다. 어릴 때는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또는 같은 반, 같은 학과라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온전히 신뢰하고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이 가능했다. 하.. 2022. 2. 6. 시인의 방 - 이뜬 (자작시) 시인의 방 허름한 창문 황색 불빛에 그림자 어른거리다 꺼졌습니다. 그 창은 아마도 하루를 끝내는 시인의 방. 시로 가득한 세상에 무엇을 써 내었을까요. 잔인한 네온싸인 사랑 없는 유혹일랑 덮어두고 어둑한 밤하늘 별 세어보다 생각나는 이름들 제목삼아 그리움을 썼을까요. 감상 이 시는 평택 안중이라는 외진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생각이 많아 산책 중에 쓴 시이다. 늦은 밤 생각이 많아 산책을하다 한 창문을 보았다. 황색 불빛이 밝혀진 창문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다 불이 꺼진다. 그 집을 지나 이내 몇십 발자국을 걷다보면, 유흥주점 거리가 나온다. 네온싸인과 노래가 요란스럽게 사람들을 유혹한다.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누군가의 어머니고 딸일 것이다. 잔인한 세상살이, 사랑없는 네온싸인의 유혹일랑 눈 돌려버리.. 2022. 2. 4. 이전 1 ··· 6 7 8 9 10 11 12 ··· 2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