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대시

낮은 곳으로 - 이정하 시

by 담수쓰다 2022. 2. 6.
반응형

이정하 시인

 

낮은 곳으로 -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 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내게 밀려오라

감상

 

인간관계란 참 어렵다. 연인관계, 친구관계.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을 나의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참 힘들다. 어릴 때는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또는 같은 반, 같은 학과라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온전히 신뢰하고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시점에선 기존에 친한 친구외에 타인은 경계하며 대면대면하며 친해지기가 힘들다. 연인관계도 마찬가지.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든 쉽게 뒤집어지고, 사소한 일로도 사랑은 먼지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믿음을 주고, 받기 힘든 인간관계에서 이 시는 인간관계에서 나에게 올 수 있는 모든 상처와 위험을 온몸을 다해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나의 안위는 중요하지 않으니 그저 너에게 나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 한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나에게 밀려오라 한다.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사람을 받아들이는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그런 용기가 부족했던 것일까. 아직 늦지 않았다면, 나도 내 전부를 던져 잠겨버리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친구나 연인을 만날 수 있을까?

 

항상 마음을 열어놓고 사람을 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것 같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반응형

'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 걱정 - 마경덕 시  (0) 2022.02.07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것을 - 정현종 시  (0) 2022.02.06
너를 두고 - 나태주 시  (1) 2021.12.14
사는 법 - 나태주 시  (0) 2021.12.14
못난이 인형 - 나태주 시  (0) 2021.12.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