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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걱정 - 마경덕
묵직한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면
우리집 건너 건너 반지하방 외눈박이 할머니
주워온 폐지를 접으며
응, 이제 일나가는구먼
잘 댕겨와유
골목 어귀 어물전 맞은편
전봇대에 기대앉은 좌판 노인도 도라지를 까다 말고 아는 체를 한다
뭐 하러 댕기시오
공장에 일 나가는 거요?
단골 신발가게 아줌마도 지나가는 나에게 말을 붙인다
밥벌이는 좀 되나요?
24시 순댓국집에 밤일 나가는 아래층 다솜이 엄마도
내가 시인이라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시는 써서 뭐한대요
요즘 누가 그런 걸 읽어요?
다들 살기 어렵다고 내 밥을 걱정해 주는
착한 이웃들이다
감상
밥 벌이는 정말 어렵다. 누구나 가족들 입에 넣을 밥을 벌기 위해 박스를 줍고, 공장에 일을 나가고, 가게를 운영하고, 일을 한다. 시인에게는 시를 쓰는게 일이다. 다솜이 엄마가 말했듯 이렇게 밥 벌이가 힘들고 삶이 어려운 시대에 누가 시를 읽을 것이며 시로 온전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어려운 세상살이 밥벌이에 지쳐 가물어 쩍쩍 갈라져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기름진 연고를 바를 수 있는 사람 또한 시인이라 생각한다. 시는 세상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마경덕 시인도 잔인한 세상 시인의 밥벌이를 걱정 해주는 사람들 마저 시로 지어 따듯함을 전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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