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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밥 걱정 - 마경덕 시

by 담수쓰다 2022.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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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시인

 

 

밥 걱정 - 마경덕

 

묵직한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면

우리집 건너 건너 반지하방 외눈박이 할머니

주워온 폐지를 접으며

응, 이제 일나가는구먼

잘 댕겨와유

 

골목 어귀 어물전 맞은편

전봇대에 기대앉은 좌판 노인도 도라지를 까다 말고 아는 체를 한다

뭐 하러 댕기시오

공장에 일 나가는 거요?

 

단골 신발가게 아줌마도 지나가는 나에게 말을 붙인다

밥벌이는 좀 되나요?

 

24시 순댓국집에 밤일 나가는 아래층 다솜이 엄마도

내가 시인이라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시는 써서 뭐한대요

요즘 누가 그런 걸 읽어요?

 

다들 살기 어렵다고 내 밥을 걱정해 주는

착한 이웃들이다

 

 

 

밥 걱정

 

 

감상

 

밥 벌이는 정말 어렵다. 누구나 가족들 입에 넣을 밥을 벌기 위해 박스를 줍고, 공장에 일을 나가고, 가게를 운영하고, 일을 한다. 시인에게는 시를 쓰는게 일이다. 다솜이 엄마가 말했듯 이렇게 밥 벌이가 힘들고 삶이 어려운 시대에 누가 시를 읽을 것이며 시로 온전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어려운 세상살이 밥벌이에 지쳐 가물어 쩍쩍 갈라져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기름진 연고를 바를 수 있는 사람 또한 시인이라 생각한다. 시는 세상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마경덕 시인도 잔인한 세상 시인의 밥벌이를 걱정 해주는 사람들 마저 시로 지어 따듯함을 전하지 않는가. 

 

 

다들 살기 어렵다고 내 밥을 걱정해 주는 착한 이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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