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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버팀목에 대하여 - 복효근 시

by 담수쓰다 2024.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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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시인

 

 

버팀목에 대하여 - 복효근 시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티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 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 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 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감상

 

 태풍에 나무가 누워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다.

나무는 버팀목에 기대어 자라 싹이 틔우고, 꽃을 피운다.

시간이 지나, 각목은 삭아 없어지지만,

나무는 크게 자라 다시 태풍이 와도 넘어가지 않는다.

 

 

 복효근 시인은 쓰러진 나무에 각목을 대어 버팀목을 만들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 각목은 삭았지만, 커져있는 나무를 보며

이 시를 지었을 것이다.

 

 

보잘 것 없이 쓰러졌던 나무가  자라나 굳건히 서 있는 것을 보며,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었던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어머니, 가족, 친구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도. 나의 아이들, 가족, 친구들을 지지하는 버팀목이 되어

그들이 뿌리내려 장성한 나무가 되도록 버팀목이 될 것이라 다짐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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