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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多幸) - 유정화 시 (지하철 2023 시민 공모작)
가난한 셋방살이
돈 벌러 나간 부모 대신
옥상에 빨래를 널던 남매에게
집주인이 건넨 초코파이 한 박스
성적보다 안부를 물어주던 선생님
터무니 없는 꿈도 함께 꿔주던 친구들
낯선 도시 길을 알려준 타인들
유독 힘겹던 하루 누군가 비워둔 자리
차창 밖으로 비처럼 쏟아지던 노을
나는 불행 중 수 많은 다행으로 자랐다.
감상
인생은 고달프다.
살아내기 벅차지만, 다행히도 따듯함이 있기에 살아간다.
집주인과 타인의 호의, 선생님의 관심, 친구들의 지지, 어느 날의 아름다움.
그런 불행 중 다행들이 차갑게 쓰린 현실을 따스하게 녹인다.
타인의 호의, 나에게 다가오는 다행에 고마움을 잊지말자.
요즘 우리는 호의가 적의가 되어 돌아오는, 선뜻 호의를 베풀기 쉽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적어도 이 시를 읽은 우리는 나의 다행들을 잊지말고 누군가의 다행이 되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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