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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시

by 담수쓰다 202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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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시인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 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아버지와 가족

 

감상

 

 아버지의 어깨에는 항상 가족이 올라타 있다. 아버지가 무너지면 가족이 다 같이 고꾸라진다. 어릴적 아버지가 조선소에서 일하시다 목 디스크에 걸려 직장을 못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아버지는 아이같이 울고 있었다. 아픈 목을 부여잡고 이 핏덩이 같은 자식들을 어떻게 하냐고 흐느껴 우셨다. 아이같은 울음소리에 세상을 짖누르는듯한 무거움이 느껴졌다. 후로 아버지는 내가 3년 4개월 만에 때려치운 직장 생활을 20년을 더 했다. 지금은 안다. 그때 아버지가 그렇게 아이처럼 흐느낀건 본인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같이 고꾸라진 3명의 아이들과 어머니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는 것을. 그때 그 시절 몸과 마음이 모두 상했던 아버지를 나는 어렸던 나의 피로 조금이나마 씻겨줄 수 있었을까.

 

 

아버지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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