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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97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시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감상 복잡한 세상. 이제 자연을 보며 소박하게 사는 삶은 특이한 삶이 되어 버렸다. 동심을 간직한채 자연 곁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김소월 시인은 어린 남자아이의 마음으로 소박하게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 하기 좋은 강변에 살고싶은 마음을 표현한것 같다. 2021. 11. 6.
곱추 - 김기택 시 곱추 - 김기택 지하도 그 낮게 구부러진 어둠에 눌려 그 노인은 언제나 보이지 않았다. 출근길 매일 그 자리 그 사람이지만 만나는 건 늘 빈 손바닥 하나, 동전 몇 개뿐이었다. 가슴 등뼈 아래 숨어사는 작은 얼굴 하나 시멘트를 응고시키는 힘이 누르고 있는 흰 얼굴 하나 그것마저도 아예 안 보이는 날이 더 많았다. 하루는 무덥고 시끄러운 정오의 길바닥에서 그 노인이 조용히 잠든 것을 보았다. 등에 커다란 알을 하나 품고 그 알 속으로 들어가 태아처럼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곧 껍질을 깨고 무엇이 나올 것 같아 철근 같은 등뼈가 부서지도록 기지개를 하면서 그것이 곧 일어날 것 같아 그 알이 유난히 크고 위태로워 보였다. 거대한 도시의 소음보다 더 우렁찬 숨소리 나직하게 들려오고 웅크려 알을 품고 있는 어둠 .. 2021. 10. 31.
가재미 - 문태준 시 가재미 -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물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2021. 10. 31.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 백창우 시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 백창우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좆도 없다고 술에 코 .. 2021.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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