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잊어주기까지 나는 꿈속에서도 울었다 - 강태민 시
잠시 잠깐, 너를 사랑해서 미안했다
네가 나를 영원히 꿈꾸지 않는 걸 알면서도
너를 사랑해서 미안했다.
이슥한 밤의 정적, 가느다란 호흡에
함께 섞인 신음소리 처량하다
내 모든 기억은 왜 이렇게 슬퍼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너를 잊어주기까지 나는
그리움을 모르는 이 아니었는데..
서로 반쪽이라는 걸 알면서 이별을 해야 하는 나는
꿈속에서도 울었다.
잊어야만 하는데
결코, 너를 잊어줘야만 하는데
너를 잊어주기까지 울고 또 울어도
깨진 유리잔엔 흔적 없을 눈물 뿐이다.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다면
내 심장에 고인 눈물 말려버리고 싶다.
내 심장을 차라리.
깨뜨려 버리고 싶다.
결국 사라지고 말
미숙하기 이를 데 없는 나의 사랑을 증오한다.
너를 사랑해서 정말 미안했다
너를 잊어주기가지 나는
꿈속에서도 울었다.
감상
잠깐의 사랑이 지나갔다. 너는 나를 영원히 꿈꾸지 않는 걸 알고 있다. 너는 나를 영원히 사랑할 생각이 없지만, 그런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한다. 미안하다. 나의 사랑이 미안하다. 우리의 사랑은 깨져버렸고, 결국 반쪽으로 살아야 하는 삶인데 어찌 그렇게 요란했을까. 내가 스스로 나의 감정을 이 슬픔을 깨 버릴 수 있다면 좋겠다. 결국 무로 돌아가버릴 나의 미숙한 사랑은 증오스럽다. 너를 잊기까지 나는 슬픔에 꿈에서도 울었다.
사랑은 서로의 마음이 일치해야 가능하다. 시인이 사랑하는 사람은 시인과 영원히 함께할 마음이 없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을 바라는 것은 상대방을 지치게하고, 귀찮게 한다. 시인은 그런 자신의 사랑이 미안하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사랑을 어찌 그렇게 요란히도 했을까. 시인은 깨진 사랑에 느끼는 이 고통을 그만할 수 있다면 심장이라도 깨뜨려버리고싶다. 나의 미숙한 사랑이 증오스럽다. 너를 자연스럽게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잊어주겠다. 내가 너를 잊어주기까지 나는 꿈 속에서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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