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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시

by 담수쓰다 202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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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인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나룻배와 행인

감상

나는 나룻배. 나는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사람이 오지 않을 때에 나는 아무 쓸모없이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며 낡아간다. 하지만 당신이 온다면 나는 기쁘게 당신을 내 위에 태워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당신이 흙발로 나를 밟아도 상관없다. 물만 건너면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가시는 당신이 야속하지만, 그것이 나의 쓸모다. 당신이 가면 나는 또 당신이 오기까지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며 낡아간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누군가 사랑은 좋은거라 했지만, 사랑만큼 어렵고 힘든것이 없다. 특히 짝사랑은 괴롭기까지 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별로 큰 의미가 없다는걸 알지만, 그 사람이 나를 찾아주는 것만으로 좋다. 오히려 그 순간만큼은 내가 그 사람에게 작은 쓸모라도 될 수 있다는게 기쁘다. 하지만 기쁜건 잠시 뿐이다. 그사람은 받기만 하고 가버린다. 가끔 사랑은 잔인할만큼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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