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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 안도현 시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감상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먹는 음식들은 생각해보면 다른 생물의 죽음을 수반한다. 시인은 이런 것 하나하나가 시로 다가오나 보다. 게가 간장속에 잠겨 꾸역꾸역 간장을 들이마시며 움직임을 멈추는 모습을 보며, 알을 품고 있는 암게의 입장에서 알들에게 마지막으로 읊조리는 위안의 말들을 상상했을까. 시인은 세상의 모든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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