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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시

by 담수쓰다 202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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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감상

사랑은 둘만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금전, 가족 등 여러가지 상황이 잘 맞아야 오래가는 사랑을 빚을 수 있다. 가난한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세상에는 우리 둘을 갈라놓는 요소들이 많다. 눈 덮인 흰 세상에 그녀와 단 둘만 있으면 좋겠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술에 취할수록 그녀에 대한 마음은 짙어진다. 그녀에게 아무도 없는 깊은 산골에 가서 둘이 함께 살자고 하고싶다. 나를 사랑하는 그녀도 반드시 내 마음을 이해하고 나를 따라 나설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니까. 세상따위 잊어버리고 사랑하는 우리로 살자. 우리 사랑을 응원하는 듬직한 당나귀 한마리만 데리고 산골로 가서 살자. 까만밤도 눈내린 우리 둘만의 세상에선 하얗게 빛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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