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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별헤는 밤 - 윤동주 시

by 담수쓰다 2021.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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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

 

별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별 헤는 밤

 

감상

가을이 돌아온건 하늘에서 먼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선선한 바람 부는 맑은 밤하늘에 별이 가득히 떠있습니다.

별을 바라 볼 때면 속살거리는 아름다움을 아무 근심없이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밤 하늘 별들을 하나 둘 세어 보지만, 전부 셀 수 없습니다.

이는 다시 아침이 찾아와 별들도 잠을 자러 가기 때문이요.

내일도 내가 해야 할 일은 별을 헤는것이기 때문이요.

나의 청춘이 다 할 때까지 별을 헤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별 하나 하나에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그리움을 불러봅니다.

어머니. 어머니. 당신과 내가 사랑했던 아름다움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나는 그리운 것들을 이 멀리에 두고,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기에 있을까요.

내 이름이 부끄럽습니다.

밤새 열심히 울어대는 벌레도 열심히 시를 쓰는 나도 부끄러운 이름이 슬픕니다.

그러나 언젠가 계절이 지나가듯 우리나라에게도 겨울이 끝나고 독립의 날이 온다면,

내가 죽어간 무덤에도 풀이 무성하게 자라

내 이름자 새겨진 비석과 함께 겨울이 끝났다고

다시 봄이 왔다고 자랑처럼 풀이 무성하게 자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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