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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윤동주 시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소감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사랑하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과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은 유한하기에 그들도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게 될 것이고 나도 언젠가 그들을 떠나게 될 것이다. 이 시는 떠나간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절제해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나도 눈이 올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눈이 온다고 전화를 걸었던 기억이 있다. 윤동주 시인도 눈으로 하얗게 빛나는 세상이 아름다워 이 광경을 누나와 함께 보고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누나에게는 나처럼 전화를 할 수도, 연락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저 편지봉투에다 하얀 눈을 담아 누나가 있는 곳으로 보내기라도 해서 눈이 온다고, 눈이 아름답게 세상을 덮었다고, 같이 나란히 처마 밑에 앉아 따듯한 군고구마 먹으며 하얀세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을 써내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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