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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편지 - 윤동주 시 / 다시 볼 수 없는 이에 대한 그리움

by 담수쓰다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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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

 

편지 - 윤동주 시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소감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사랑하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과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은 유한하기에 그들도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게 될 것이고 나도 언젠가 그들을 떠나게 될 것이다. 이 시는 떠나간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절제해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나도 눈이 올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눈이 온다고 전화를 걸었던 기억이 있다. 윤동주 시인도 눈으로 하얗게 빛나는 세상이 아름다워 이 광경을 누나와 함께 보고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누나에게는 나처럼 전화를 할 수도, 연락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저 편지봉투에다 하얀 눈을 담아 누나가 있는 곳으로 보내기라도 해서 눈이 온다고, 눈이 아름답게 세상을 덮었다고, 같이 나란히 처마 밑에 앉아 따듯한 군고구마 먹으며 하얀세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을 써내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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