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법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감상
이 시는 볼 때 마다 가슴이 저린다. 신경림 작가님도 가난한 인생을 사셨다. 하지만 이 시는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라동네에 자주가던 술집 주인의 딸을 사랑했던 청년에게 주는 헌시이다. 그 청년은 정치 운동을 하는 가난한 청년이었는데 연인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가난하고 언제 잡혀갈지 모를 상황에서 연인과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다 결국 결혼을 하였다고 한다. 작가님은 그 둘의 사랑을 지켜보며 청년에게 공감하며 가슴아프고 애틋한 시를 지었다.
가난이 무서운 이유는 그 굴레를 쉽게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은 본디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것을 주고싶고 좋은것을 먹이고싶고
한번이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은것이지만 가난한자의 사랑은 줄 수 있는게 가난 뿐이다.
좋은것을 줄 수도 없고 오히려 같은 가난의 굴레를 둘러 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랑만큼 비참하고 아픈 일이 있을까.
그만큼 애틋하고 슬픈게 가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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